장학금을 나누는 가족들 이야기
- 세 아들을 홀로 키우는 풀마야 아줌마
풀마야 씨 남편은 6년 전 사우디아라비아에서 건설노동자로 일하던 중 숨이 멎은 싸늘한 모습으로 발견되었다고 합니다. 사망 소식을 들은 지 3개월도 더 지나 남편 시신이 돌아온다 하여 버스로 14시간을 달려 생전 처음 카트만두에 갔습니다. 죽은 남편 얼굴을 들여다 볼 새도 없이 급히 5만 루피(약85만원)를 빌려 장례를 치렀습니다. 그 빚이 아직도 고스란히 남아 있습니다.
발(6학년) 우뻰드러(3학년) 라즈(1학년) 세 아들은 착한 아이들이지만 공부를 못해 걱정입니다. 작년에 우뻰드러와 라즈는 유급까지 당해 같은 학년을 2년째 다니고 있을 정돕니다. 풀마야 씨는 그게 모두 아이들을 제대로 챙기지 못하는 어미 탓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도 매달 900루피(약 1만5천원)씩 지원되는 장학금 덕분에 학교라도 보낼 수 있으니 천만 다행이랍니다. 아이들은 걸어서 1시간 걸리는 학교에 다니고 있는데, 엄마는 그 학교 이름조차 잘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다 먹고 사느라 너무 정신이 없는 탓입니다. 이제 서른여덟이 된 풀마야 씨는 손톱이 거의 남아있지 않은 손이 부끄러운지 자꾸 숨깁니다.
풀마야 씨 가족이 살고 있는 세뻬니는 카트만두에서 버스로 12시간, 다른 버스로 갈아타고 2시간, 거기서 또 걸어서 6시간 걸리는 첩첩산중 산골마을입니다. 집에서 주위를 휙 둘러보면 거의 같은 높이로 산 꼭대기들이 나란나란 보입니다. 풀마야 씨는 야채와 생강을 키워 장에 팔아 생필품을 사 옵니다. 매주 한번 씩, 새벽에 팔 거리를 지고 몇 시간씩 산을 내려가 돈을 사면 고작 500 루피(약 7천원) 정도. 매일 먹는 것은 옥수수밥 뿐, 쌀밥은 명절 때만 간신히 구경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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