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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이 죽음을 기억해야 합니다

by 아연대 2010. 6. 4.
 




한국에서 사망한 네팔 이주노동자들과 그 가족의 이야기를 마무리하며



그들의 현실이 너무나도 가혹해서 악몽이란 이름도 너무 약한 것은 아닌가. 그들의 희망이 너무도 높아서 꿈이라는 이름도 너무 약한 것은 아닌가. (<제 7의 인간>, 존 버거)


존 버거의 <제7의 인간>은, 삼십여 년 전에 쓰여진 유럽 이민노동자들의 경험에 관한 기록입니다. 1970년대 유럽의 육체노동자 일곱 명 중 한 명이 외국에서 들어온 이주자였던 까닭에 붙여진 제목입니다.


오늘날 우리 사회에서 벌어지고 있는 이주노동자와 관련한 갖은 '문제'와 부조리가, 실은 전지구적인 도시화와 산업화 속에서 함께 일어나고 있는 상황이라는 것을 책은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한국에서 사망한 네팔 이주노동자로 연재한 아시아인권문화연대의 기록 <꿈 그리고 악몽>은 이 책에 제목을 빚지고 있습니다.


<제7의 인간>에서 확인할 수 있는 '이주의 보편성'은 시간과 공간을 넘어 고도의 공감을 자아냅니다. 또한 이주민 100만 시대를 맞은 우리 사회가 어리석은 비극을 반복하지 않기 위해 되새겨야 할 많은 이야기들을 담고 있습니다. '애초에는 편리한 임시방편이었던 것이 영구적인 필요에 가까운 것이 되어버렸다'는 이민노동자를 받아들인 서구 사회의 토로를 우리 사회가 그냥 지나쳐서는 안 될 것입니다.



다른 시간, 다른 공간... 그러나 같은 이야기


불과 100년도 안 된 대한민국의 자본주의 역시 산업화와 도시화의 급류를 타고 안착해 이제는 다른 무언가를 상상할 수 없을 만큼 공고한 토대가 되었습니다.


소위 개발도상을 통과한 많은 나라들이 그렇듯, 한국에도 수많은 이주노동자들이 '저개발된' 고향의 지긋지긋한 가난을 뒤로 하고 찾아옵니다. 애초에는 아무 것도 없이 그저 견딜 수 없는 떠남이었던 것이 시간이 흐르고 사람이 늘면서 이제는 제도의 이름으로 '도입'되고 있습니다.


대한민국 사회는 이주노동자들과 함께 하게 되면서 그동안 경험하지 못했던 많은 일을 새롭게 경험하게 되었습니다. 이주노동자의 삶이 대한민국 사회에서 피고 지며, 또 다른 교류와 소통, 다툼과 화해, 탄생과 죽음이 시작되었기 때문입니다. 이주노동자들이 삶을 온전히 묻고 생의 한 기간을 보내는 우리 사회의 모습을 함께 되돌아 보았으면 좋겠습니다. 다음과 같은 역설적인 단언에서 우리 역시 자유로울 수 없습니다.


"도시화된 국가의 경제에 관한 한 이민노동자들은 불사(不死)의 존재, 끊임없이 대체 가능하므로 죽음이란 없는 존재들이다…(중략)…그들은 단 하나의 기능-일하는 것-을 가질 뿐이다. 그들의 삶의 다른 모든 기능들은 그들 출신 국가의 책임이다."(<제7의 인간>, 65쪽)


약 20여 년 전부터 한국으로 이주해온 노동자 중에서 네팔 출신 노동자들은 극히 소수입니다. 가장 체류자 수가 많다는 지금도 약 5000여 명 정도인데, 이는 전체 이주노동자의 3~4% 정도일 뿐입니다. 그럼에도 지난 20여 년 간 한국에서 사망한 네팔인이 60명 훌쩍 넘습니다. 전체 이주노동자 사망자는 통계조차도 없는 형편입니다.


네팔 사망자를 중심으로 볼 때, 사망 원인은 무척 다양한데 유독 심장질환으로 인한 사망이 많은 것이 특징입니다. 이 중 일부는 보상금을 몇 푼 받은 이들도 있고, 혹은 그마저도 받지 못하고 빈 손, 빈 가슴인 이들도 있습니다.



끊임없이 기억해야 합니다


대한민국이라는 복잡하고도 억척스러운 사회 구조 속에서 슬픔과 고난을 겪으며 일하던 이주노동자의 주검에 놓은 몇 푼의 돈은 그 자체로도 슬픔입니다. 그 돈 몇 푼이 면죄부가 되기도 하여 그 죽음을 잊어버리는 데 특효약이 되곤 하기 때문입니다. 그나마 몇 푼 보상금도 없는 주검은 더욱 쓸쓸하게 한국 땅을 떠나야 합니다.


이주노동자 곁에서 일하는 아시아인권문화연대는 그 죽음을 또렷이 보고 느낍니다. 그리고 기억하고자 합니다. 자신들의 희생과 죽음을 홀대하는 대한민국 사회를 향해, 우리를 기억해 주세요, 하며 외치는 이주노동자의 절규가 너무도 크기 때문입니다.


대한민국 사회의 '깊은 상처'라고도 할 수 있는 부분을 드러내고, 헤집고, 기록하는 일은 힘겹고 어려웠습니다. 그러나 더 늦기 전에, 생과 사의 국경을 넘어 떠난 이주노동자들과 그 유족의 눈물을 기억하고 기록으로 남기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대한민국 사회에서 이주노동자는 무엇입니까? 이주노동자의 죽음은 또 무엇입니까? 피해와 가해를 나눌 것이 아니라, 이제는 우리 곁에 더불어 살았던 그들이 영혼으로 남겨준 교훈을 함께 생각해 보았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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