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탱글탱글한 감귤, 탐나시죠?
자칭 얼치기 농군이 되어 멀리 제주 가시리에서 살고 계신 지금종 선생님이 못난이 감귤을 보내오셨습니다.
작년에도, 보내주신 귤을 맛나게 까먹고 껍질로 귤차까지 끓여 알지게 먹었던 터라
다시 보내주신 못난이들이 무척 반갑고 고맙습니다.
못난이들은 제주 가시리 반딧불이 작목반이 키운 《친환경 반딧불이 감귤》입니다.
여기, 선생님이 감귤과 함께 보내주신 편지글을 허락도 없이 올립니다.
귤만 맛난 것이 아니라
선생님 마음도 푸근하고 맛나서 읽는 내내 감동이었습니다.
감귤을 직접 나누지는 못해도
지금종 선생님의 마음과 제주의 아름다운 자연을 이 자리를 통해 나눠드립니다.
지금종 선생님, 고.맙.습.니.다.
반딧불이도 고.맙.습.니.다.
특급정보!!! 친환경 반딧불이 감귤을 사시려면 전화/팩스 064_787_6621로 연락하셔요~~
얼치기 농사꾼이 부치는 감귤 편지
작년에 왔던 감귤이 죽지도 않고 또 왔네요. 얼씨구씨구 들어갑니다.^^
올해 감귤은 색이 참 곱기도 합니다.
화학비료 주고, 농약 친 감귤의 흐릿한 주황색이 아니라 선연한 주황색입니다.
올 가을 유난히도 좋았던 햇볕 덕분이 아닌가 싶습니다.
비록 해충에 시달려 상처투성이지만 말입니다.
하지만 그마저도 저 홀로 꿋꿋이 견뎌낸 징표라는 점에서 제겐 상처가 아니라 훈장처럼 보입니다.
제초제, 농약, 화학비료를 치지 않은 감귤은 참 옹골차게 느껴집니다.
단단하기도 하거니와 무겁습니다.
그리고 새콤달콤한 그 맛은 또 얼마나 좋은지요.
밍밍하게 달기만한 약친 감귤의 맛하고는 비교가 되질 않아요.
어릴 적 먹었던 감귤의 맛이 새록새록 살아납니다.
마치 좋은 와인이 복합미를 가지듯이 이것 또한 복합미를 자랑합니다.
올 여름엔 특별한 경험을 했습니다.
반딧불이가 어두운 과수원 사이를 날아다니는 걸 본 거지요.
가벼운 탄성과 함께 갑자기 아련한 옛 기억이 떠오르더군요.
기쁜 마음과 슬픈 마음이 교차하는 순간이었습니다.
무주구천동 같은 청정지역에서나 볼 수 있는 반딧불이를 집 앞의 과수원에서 목도하다니요.
‘청정 제주’가 빈말이 아님을 새삼 깨달았습니다.
우리 동네 가시리에 친환경 감귤을 재배하는 ‘반딧불이 작목반’이 있습니다.
사실 근래까지 저는 이 작목반 이름이 청정이미지 효과를 위해서 지어진 수사에 불과하다고
생각했었습니다. 그런데 실제로 반딧불이가 춤추듯 날아다니더라고요.
집안 거실까지 들어온 적도 두 번이나 있었습니다.
물론 곱게 모셔 내보냈지요.
그런데 요즘 안타까운 소식이 들려옵니다.
친환경 농법을 포기하는 농가가 늘고 있다고 해요.
수확량이 주는 데다 판로가 마땅치 않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농가 수익과 직결되는 터라 친환경 농사가 갖는 당위성만으로는 버티기 힘든 모양입니다.
게다가 농산물을 모양과 크기 등 외형만으로 상품과 비상품으로 가르는 나쁜 풍토 때문에
친환경 농사를 짓는 사람들이 더욱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그 기준으로 보면 친환경적일수록 비상품이 많아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죠.
사람뿐이 아니라 농산물마저도 외모지상주의가 판치는 형국입니다.
이런 잘못된 인식 때문에 많은 농산물이 버려지고,
또 이 때문에 전 지구적 차원의 식량 위기를 부르는 데도 말입니다.
작년에는 소비자 권익을 옹호한다는 어느 TV프로그램에서 이런 잘못된 관점으로
감귤 유통문제를 다루더군요. 참으로 개탄스러운 일입니다.
농산물은 공산품과 달리 표준적 외형보다 내용적 질이 중요함에도 불구하고 말입니다.
인생에서 정말 포기하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면 건강하고 맛있는 먹을거리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그게 빈부를 떠나 누구에게나 인권 차원에서 다뤄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게 진짜 농정이 아닐까요.
보내드리는 감귤이 지난해에 비해 적습니다.
나무가 살기 위해 해거리를 하는 까닭입니다. 그래도 저는 나무가 고맙기만 합니다.
얼치기 농사꾼에게조차 고맙게도 맛있는 감귤을 안겨주어 여러 사람을 행복하게 만들기 때문입니다.
강한 비바람과 해충을 잘 견디어 끝내 열매를 맺고야마는 생명력이 경이롭기만 합니다.
부디 이 열매에서 제주의 아름다운 자연을 음미하시길 바랍니다.
건승하세요.
제주 가시리에서, 지금종, 방순영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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