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여리고 보드라운 모 몇 포기가 우리 사무실 앞마당으로 이사왔어요.
넓고 싱그러운 논에 뿌리를 내려야 할 모가 흙도 적고 모양도 빠지는 박스에 담겼네요.
흙은 논에서 퍼온 흙에
화원에서 사온 부엽토에
동네 공사장에서 퍼온 붉은 흙을 섞었어요
아구.. 미안해라..
그래도 잘 지내보자 우리...
모를 마구잡이로 꽂아넣었으니
뿌리가 제대로 자리를 잡을 수 있을지 걱정이로군요
상자논을
우리 마당에서 제일 양지바른 곳에 나란나란 늘어놓았습니다.
포기를 더 나눴어야 했는데 다 심으려는 욕심으로 몰아 넣었더니
상자논이 좁아라 투덜대고 있군요
논흙은 제가 품고 있던 물풀까지 싹을 틔웠네요
저기 뒷편으로 저 혼자 키를 쑥쑥 높이고 있는 참깨 녀석도 보이시죠?
.
한가지 속상한 일도 있었어요
물속에 장구벌레가 너~무 많길래
그 놈들을 잡아먹으라고
사장 추어탕집에서
씩씩한 미꾸라지 두 마리를 얻어다 넣었어요
그런데....
흙이 너무 적어 그랬는지
햇볕이 너무 뜨거워 못 견딘 것인지
동네 고양이가 꺼내준 것인지
한 마리는 상자논을 탈출했다가 마당에서 발견되었고
또 한 마리는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능....
흑...
결국 장구벌레들은 모두 모기가 되어
사방팔방 날아갔을텐데..
마을에 모기를 공급하는
어리숙한 도시 농군노릇 이거 계속 해도 되나요...?
오~ 감동!!!
풀잠자리가 놀러와 날개를 접고 쉬고 있어요
.
물이 고여있으니
녹조가 생겨
벼 밑둥을 휘감기 시작했어요
손으로 걷어내 주다가
며칠 깜빡하면
어느새 창궐하는 녹조...
무서운 세력이로군요!
때마침 뉴스에서는
4대강에 설치한 보에도 녹조가 창궐한다는 소식이...
우리 상자논에서 벌어진 것과
같은 현상이겠죠?
동네 꼬마 아가씨들이
논 사이를 헤집고 다니며 놀고 있어요
요거요거 보이시죠?
눈에 보일듯 말듯 하얗게 꽃을 피우더니 쌀알이 영글기 시작했어요
뜨거운 여름볕과 비
따가운 가을햇살과 바람
모두모두 우리 벼를 이렇게 키워줬어요
논에서 제대로 자란 녀석들에 비하면 키가 반토박이지만
제법 낱알을 맺고 고개를 숙인 기특한 녀석들입니다
.
풍년이로세~ 풍년~~~
니나노~~~
니나노센터 쌩초보 농군들 손에
결실의 기쁨을 선물했습니다
이 자랑스러움이란... ㅎㅎ
으쓱으쓱~~~
내일 또 가을비가 오신다니
이제 추수를 해 볼까나~
낫 대신 가위를 들고 추수에 나선 우리 농군
오~~ 한아름입니다~~
비 맞기 전에 참깨도 털어야겠다...
볶아서 참기름 짜야쥐~~
씨로 뿌렸더니 어렵게 싹을 틔우고
그저 여린 상태로 한 여름을 넘긴 상추...
딱 한 번 따먹었던 상추잎의 추억은 아련하기만 합니다 ^^
그 뒤로 보이는 것은 부추인데요
몇 달이나 싹을 안 틔우더니
이제서야 뾰족한 잎을 올리고 있어요
이 가을이 가기 전
내 기어코 부추전을 부쳐 먹으리라...!
힘든 추수를 마치고
새참을 드시면서
이 쌀로
동네 잔치를 할까
떡을 해 돌릴까
깊은 의논을 하고 계신 두 분!!
덥고 힘겨웠던 한 해를 잘 이기고 추수의 기쁨을 안겨준 벼이삭과
.
상상을 초월할 만큼
엄청나게 까다롭고 무지하게 많은 일을
섬세한 열정으로 쌈박하게 해내고 있는
우리 몸참일꾼들
.
몸으로 맘으로 함께 하고 계신
우리 마음참일꾼들
.
.
.
모두 모두 고맙습니다.
.
.
깊어가는 가을을
겸손하게 맞으며
모두
강건하시기를 바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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