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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인권문화연대/소소하고 다정한 아연대 소식

우리 추수했어요!!

by 아연대 2012. 10. 28.

 

지난 5월 여리고 보드라운 모 몇 포기가 우리 사무실 앞마당으로 이사왔어요.

 

넓고 싱그러운 논에 뿌리를 내려야 할 모가 흙도 적고 모양도 빠지는 박스에 담겼네요.

 

흙은 논에서 퍼온 흙에

 

화원에서 사온 부엽토에

 

동네 공사장에서 퍼온 붉은 흙을 섞었어요

 

아구.. 미안해라..

 

그래도 잘 지내보자 우리...

 

 

 

 

 

 

모를 마구잡이로 꽂아넣었으니

 

뿌리가 제대로 자리를 잡을 수 있을지 걱정이로군요

 

상자논을

 

우리 마당에서 제일 양지바른 곳에 나란나란 늘어놓았습니다.

 

 

 

 

 

 

 

포기를 더 나눴어야 했는데 다 심으려는 욕심으로 몰아 넣었더니

 

상자논이 좁아라 투덜대고 있군요

 

논흙은 제가 품고 있던 물풀까지 싹을 틔웠네요

 

저기 뒷편으로 저 혼자 키를 쑥쑥 높이고 있는 참깨 녀석도 보이시죠?

 

.

한가지 속상한 일도 있었어요

 

물속에 장구벌레가 너~무 많길래

 

그 놈들을 잡아먹으라고

 

사장 추어탕집에서

 

씩씩한 미꾸라지 두 마리를 얻어다 넣었어요

 

그런데....

 

흙이 너무 적어 그랬는지

 

햇볕이 너무 뜨거워 못 견딘 것인지

 

동네 고양이가 꺼내준 것인지

 

한 마리는 상자논을 탈출했다가 마당에서 발견되었고

 

또 한 마리는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능....

 

흑...

 

결국 장구벌레들은 모두 모기가 되어

 

사방팔방 날아갔을텐데..

 

마을에 모기를 공급하는

 

어리숙한 도시 농군노릇 이거 계속 해도 되나요...?

 

 

 

 

 

오~ 감동!!!

 

풀잠자리가 놀러와 날개를 접고 쉬고 있어요

 

 

.

 

물이 고여있으니

 

녹조가 생겨

 

벼 밑둥을 휘감기 시작했어요

 

손으로 걷어내 주다가

 

며칠 깜빡하면

 

어느새 창궐하는 녹조...

 

무서운 세력이로군요!

 

때마침 뉴스에서는

 

4대강에 설치한 보에도 녹조가 창궐한다는 소식이...

 

우리 상자논에서 벌어진 것과

 

같은 현상이겠죠?

 

 

 

 

 

 

동네 꼬마 아가씨들이

 

논 사이를 헤집고 다니며 놀고 있어요

 

 

 

 

 

 

요거요거 보이시죠?

 

눈에 보일듯 말듯 하얗게 꽃을 피우더니 쌀알이 영글기 시작했어요

 

 

 

 

 

 

뜨거운 여름볕과 비

 

따가운 가을햇살과 바람

 

모두모두 우리 벼를 이렇게 키워줬어요

 

논에서 제대로 자란 녀석들에 비하면 키가 반토박이지만

 

제법 낱알을 맺고 고개를 숙인 기특한 녀석들입니다

 

.

풍년이로세~ 풍년~~~

 

니나노~~~

 

니나노센터 쌩초보 농군들 손에 

 

결실의 기쁨을 선물했습니다

 

 

 

 

 

 

이 자랑스러움이란... ㅎㅎ

 

으쓱으쓱~~~

 

 

 

 

 

 

내일 또 가을비가 오신다니

 

이제 추수를 해 볼까나~

 

낫 대신 가위를 들고 추수에 나선 우리 농군

 

 

 

 

 

오~~ 한아름입니다~~

 

 

 

 

 

 

비 맞기 전에 참깨도 털어야겠다...

 

 

 

 

 

 

볶아서 참기름 짜야쥐~~

 

 

 

 

 

씨로 뿌렸더니 어렵게 싹을 틔우고

 

그저 여린 상태로 한 여름을 넘긴 상추...

 

딱 한 번 따먹었던 상추잎의 추억은 아련하기만 합니다 ^^

 

 

그 뒤로 보이는 것은 부추인데요

 

몇 달이나 싹을 안 틔우더니

 

이제서야 뾰족한 잎을 올리고 있어요

 

이 가을이 가기 전

 

내 기어코 부추전을 부쳐 먹으리라...!

 

 

 

 

 

 

힘든 추수를 마치고

 

새참을 드시면서

 

이 쌀로

 

동네 잔치를 할까

 

떡을 해 돌릴까

 

깊은 의논을 하고 계신 두 분!!

 

 

 

덥고 힘겨웠던 한 해를 잘 이기고 추수의 기쁨을 안겨준 벼이삭과

 

.

상상을 초월할 만큼

 

엄청나게 까다롭고 무지하게 많은 일을

 

섬세한 열정으로 쌈박하게 해내고 있는

 

우리 몸참일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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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으로 맘으로 함께 하고 계신

 

우리 마음참일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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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 모두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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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어가는 가을을

 

겸손하게 맞으며

 

모두

 

강건하시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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