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아시아인권문화연대/소소하고 다정한 아연대 소식

가정폭력으로 죽지 않을 권리

by 아연대 2012. 7. 18.

 

지난 7월 2일엔 고 리선옥 님이, 또 7월 4일엔 고 김영분 님이 남편의 폭행으로 인해 사망했습니다.

 

두 죽음에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이주여성을 배우자로 맞은 한국인 남성에게 가정을 유지할 능력도 관심도 없었다는 점입니다.

또 공공연한 가정폭력에 가족과 이웃들은 무감각하거나 무관심했다는 점입니다.

 

또 한국인 남성과 혼인한 중국동포 여성은 위장결혼이 많다는,

그래서 일단 의심하고 봐야한다는 사회적 분위기가 작용했습니다.

그 분위기에 짓눌린 고인들은 학대와 비난, 폭력에 맞서기가 어려웠습니다.

 

물론 가장 큰 공은 역시 '한국정부'에게 있습니다.

한국정부는 이주민배우자의 비자를 쥐락펴락하는 방법으로 폭력적인 남편의 손아귀에 여성을 밀어넣었습니다.

절대 벗어나지 말라고 밧줄로 꽁꽁 묶어둔 것입니다.

남편, 가족과 이웃, 우리 사회와 정부...   두 죽음의 가해자는 누구일까요? 

과연 남편만 가해자일까요?

 

 

7월 18일, 덕수궁 대한문 앞에서 두 여성의 죽음을 추모하는 집회가 열렸습니다.

가정폭력으로 사망한 이주여성 추모집회 "이주여성들이 죽지 않을 권리"

 

 

 

 

집회에서 발표된, 고 김영분 님의 친구가 쓴 추모사를 전합니다.

 

 

제가 이 글을 쓰는 것은 너무나도 억울하고 가슴이 아파서 입니다.

저와 같은 동네에서 살았던 동갑내기 친구 이야기를 하려고 합니다.

 

한 친구가 있습니다.

11년 전 어린 나이에 꿈을 안고 낯선 땅 대한민국에 왔습니다. 그도안 예쁜 딸 4명을 두고 그 아이들을 잘 키우려고 정말 열심히 살아왔습니다. 자세한 가정사는 모르겠지만 그 친구는 소문난 살림꾼이었고, 착하고 일 열심히 한다고 동네에서도 칭찬이 자자한 친구였습니다.

 

그런데 얼마 전인 지난 6월 30일, 남편에게 심한 폭행을 당해 병원에 입원하였다가 하늘나라로 갔습니다. 뇌사 상태로 4일을 있다가 말입니다.

 

고작 32살의 꽃다운 나이에 슬픈 운명의 주인공이 되어 많은 미련을 남긴 채 사랑스런 딸들에게 말 한마디도 남기지 못하고 떠나갔습니다. 얼마 전에 한국에 와 계신 아버님께, 언니에게, 남동생에게 작별의 인사도 못하고 갔습니다.

 

아직 하고 싶은 것이 많을텐데, 아직 꿈도 많을텐데, 정말 하늘이 무심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 친구라고 이렇게 억울하게 떠나고 싶지는 않았을텐데, 가슴이 너무나도 아픕니다.

 

 

 

저는 그 친구와 같은 고향에서 왔습니다. 평소에 그리 친하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같은 고향친구로서 이번 일이 남의 일 같지 않습니다. 친구는 남편에게 폭행을 당하면서도 꽃 같은 아이들 때문에 참고 살아왔습니다. 그러나 참고 살아온 결과가 이렇듯 비참하고 비극적일 줄 누가 알았겠습니까?

 

낯선 땅에, 낯선 환경에, 외국인이라는 신분으로 살아가는데, 최소한 가장 가까이 사는 남편에게 보호를 받지 못한다는 것은 엄청난 비극입니다. 사실 이것은 제 친구만의 모습은 아닙니다. 많은 이주여성들이 그냥 참고 삽니다. 그래서 많이 알려지지도 않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번 사건은 너무나도 충격적입니다. 어쩌면 이런 것이 다문화가정의 실제 모습일 수 있습니다.

 

 

 

얼마나 심하게 폭행했으면 사람이 의식을 회복하지 못하고 죽을 정도가 됩니까? 남겨진 아이들도 불쌍하지만 억울하게 죽어간 제 친구가 제일 불쌍합니다. 어떻게 하면 그 친구의 한을 풀어줄 수 있을지, 제게 좀 알려주세요. 너무 화가 나고 가슴이 아프고 답답합니다. 그 친구를 위해서 무엇인가 하고 싶은데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정말 모르겠습니다.

 

 

제 친구의 영혼이 편안하게, 그리운 고향에 돌아갈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

그리고 저는 말로만 하는 다문화 가족을 위한 일은 필요없다고 생각합니다. 다문화 가족을 위한다고 그렇게 많이 떠드는데, 왜 제 친구는 죽었을까요? 이주여성들의 현실에 맞게, 다문화 가족의 현실에 맞게 노력해 주시길 바랍니다.

 

 

2012년 7월 18일 최00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