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우리마음속에 공존과 평화의가치를 심어요

맞짱

by 아연대 2010. 6. 11.
 

초등학교 5학년 친구들과 함께
우리 사회에 살고 있는 이주민의 삶과 인권에 대해 이야기를 나눌 때다.
아이들 앞에서 이주민 선생님이 자기 경험을 털어놓았다.
수 년 전, 회사에서 일하던 차림 그대로 외출했다가 수건가게에 들러 수건을 사려 했으나,
주인아줌마가 네게는 수건 안판다고 내쫓더라는 이야기였다.
자기가 지저분한 작업복을 입어 초라해 보이니 돈을 못 낼까봐 그러나 싶어
돈을 꺼내 보여줘도 손사래 치며 내 몰더라고.
너무 부끄럽고 자존심 상했지만 그냥 아무 말도 않고 나왔다고.
지금까지도 그 일은 마음에 아프게 남아 있는데,
자기가 아마 가난해 보이는 외국인이었기 때문에 그런 것이 아닐까 생각하고 하고 있으며,
다른 친구들도 거의 모두 비슷한 경험이 있다고.
물론 아이들과 그런 이야기를 나누는 이유는,
아이들이 이주민과 다양한 문화에 대한 수용성을 높이고 서로 존중하는 마음으로
공존하고자 노력하자는, 다소 지루한 교훈을 꺼내기 위한 것이었다.

그런데.


요 꼬마 녀석들은 그 말을 듣자마자 바글바글 끓더니,
분해 죽을 얼굴을 하고 마구 화를 냈다.
그 아줌마하고 맞짱을 까야지 왜 그냥 나왔냐며.
선생님이 맞짱을 깐다면 자기들도 힘을 보태줄 것이라면서.
요 맹랑한 녀석들을 믿고 과연 맞짱에 나설 수 있을까 살짝 미덥잖기도 하지만,
그래도 가슴 한 편이 뜨끈해졌다.
그리하여 그 마음을 고맙게 받았다.
맞짱에는 주먹질과 발길질로 점철되는 폭력적인 것만이 아니라
다양하고 신나는 방법이 많으니,
앞으로 이런 부당한 일을 겪는 이들이 있다면 화끈한 맞짱으로 합세하자는 근사한 제안을 하면서.




이슬람교도의 기도를 체험해 보는 친구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