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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인권문화연대/소소하고 다정한 아연대 소식

[일꾼쪽지 32] 하나 # 이주노동자 퇴직금 수령제도 개악! “걱정하지 말고, 일단 돌아가 있어!”

by 아연대 2014. 12. 30.

 

“걱정하지 말고 일단 가 있어. 우리가 알아서 보낼 테니까, 넌 아무 걱정할 필요 없어.”

세상 물정을 잘 모르는 사람에게 누군가가 전하는 말처럼 들리시지요? 위 문장을 보며, 어떤 장면이 떠오르시나요? 어떤 영화나 소설 속에 등장할 만한 대화 아닙니까? 하지만, 문장을 읽으면서 왠지 모를 불안감이 생기지 않으셨나요?

 

모든 이주노동자들이 들어야 할 이야기입니다.

 

이주노동자들에게 지급하는 퇴직금 지급 방법이 올해 7월부터 바뀌었습니다. 퇴직 후 14일 이내에서, 출국 후 14일 이내 지급으로 말이죠. 즉, 일단 모국으로 귀국한 후에 퇴직금을 청구해야 주겠다는 겁니다.

 

자세한 이야기를 해볼까요. 지난해 12월 30일 ‘외국인고용등에 관한 법률(고용허가제법)’ 중

이주노동자 퇴직보험금(출국만기보험)을 ‘출국 후 14일 이내에 지급한다.’로 개정하였습니다. 이 조항은 올해 7월 29일부터 시행되고 있습니다.

 

이주노동자들은 바뀌기 전의 제도에서도 퇴직금 수령에 많은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기존 제도에서는 사업주가 이주노동자 월급액수에 따라 퇴직보험금을 매월 삼성화재에 적립하고 이주노동자가 퇴직 시 이 보험금을 수령하게 하였습니다.

 

그러나 사업주들은 대체로 최저임금을 기준으로 보험금을 납입합니다. 당연히, 초과 근무수당 등이 포함되지 않게 됩니다. 결국 보험회사로부터 퇴직금을 수령하게 되면 실제 받아야 하는 금액과 차이가 날 수밖에 없습니다. 따라서 이주노동자들은 다시 개별적으로 사업주에게 이를 청구해서 부족한 부분을 받아야 합니다. 그런데 퇴직금 계산법을 잘 모르는 이주노동자들은 차액을 청구하지 않고 보험금만 받고 말기도 합니다.

 

기존 제도에도 문제가 있는데, 바다 건너 고국으로 돌아가서 퇴직금을 청구하게 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그리고 퇴직금 지급과 관련하여 문제가 생길 경우, 그 해결이 쉬울까요? 한국에서 이런 문제를 처리하는 일도 만만치 않은데, 본국에 돌아간 후 문제가 생긴 경우, 한국의 사업주나 보험회사에게 이를 어떻게 전달하고 피해를 구제받을 수 있을까요? 고용노동부는 불법체류를 방지하기 위해 이번에 고용허가제법을 개정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이주노동자들이 소위 불법체류를 선택하는 이유는 전반적인 ‘이주’에 관한 문제, 그리고 한국의 잘못된 제도와 노동환경 때문입니다. 이주노동자들이 불법체류를 선택하는 이유가 한국 노동법에 적혀 있는 대로, 퇴직 후 14일 이내에 퇴직금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은 아니지 않습니까. 다른 사항을 빌미로 정당한 권리를 박탈하고 있는 겁니다.

 

퇴직금을 더 달라는 것도, 일찍 달라는 것도 아닙니다. 일한 만큼의 금액을, 한국 노동법에 적혀 있는 대로 달라는 것뿐입니다. 이게 왜 점점 어려운 일이 되어 가는지 정말 답답한 노릇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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