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깍쟁이 수니따와 땡땡이 대장 덜레

by 아연대 2010. 6. 4.

서로서티학교 꼬마친구들 - 깍쟁이 수니따와 땡땡이 대장 덜레



 


오늘은 우리 학교에 다니는 덜레와 누나 수니따 이야기를 해 드리겠습니다.

수니따는 건설노동자로 일하는 아빠, 말썽쟁이 동생과 함께
쁘러거티 마을에서 살고 있습니다. 
아직 어려 힘이 없지만 그래도 동생에게 엄마처럼 굴려고 많이 노력합니다.
사실 수니따는 동생 덜레 땜에 아주 죽을 지경입니다.
이 녀석이 학교에도 잘 안 가고 누나를 놀려먹느라 골몰하는 녀석이거든요. 

다섯 살 덜레는 또 동네 쌈박질 대장입니다.

3년 전에 엄마가 집을 나가고 마음이 무너진 아빠는 술로 세월을 보내다
아이들을 끌고 이 마을로 이사를 왔답니다.

(마을이 무허가 판자촌이라는 것은 잘 알고 계시지요?)

그래서 아빠도 그 끄트머리에 다섯 평 쯤 되는 땅을 차지하고
대나무와 비닐포대로 얼기설기 집을 지었답니다.

세 식구는 지금도 그 집에서 그대로 살고 있습니다.
아빠는 미장인데 자기 재주를 가족을 위해 쓸 기회는 아직 갖질 못했습니다.


집에 살림이라고는 낡고 때에 찌든 담요 몇 장과
그을음이 끼어 새까매진 냄비가 두어 개 뿐입니다.

아빠는, 자신이 3년 전에 지금 입고 있는 옷 그대로 입고 들어왔는데
지금도 그 옷 한 벌 뿐이라고 쓴웃음을 지으며 이야기합니다.

아빠가 입고 있는 옷은 본래 색이 무엇이었는지도 알아볼 수 없을 만큼 때에 절어 있습니다.

아직 아이들이 밥을 지을 줄 모르니 자신이 저녁에 일을 마치고 들어와서 밥을 해 줄 때까지 아이들이 기다려야 한다고 덤덤하게 말합니다.

아빠는 낯선 외국 사람에게 궁색한 살림을 들켜 무안하고 속상했는가 봅니다.

그걸 감추느라고 애써 눈을 내리깔고 덤덤한 표정을 짓는 것이 역력합니다.

부끄러움을 무릅쓰고 저를 집안으로 들이고
사는 모습을 그대로 보여준 그 마음이 고맙습니다. 


다시 덜레 이야기, 이 녀석은 학교에 입학은 했지만 공부하기 싫다며 자꾸 내빼는 녀석입니다.

자기는 앞으로 격투기 선수가 될 거니까 공부할 필요가 없다고 합니다.
그래서 학교 종소리만 울리면 달아나고, 선생님 모습만 보이면 숨어버립니다.

격투기 선수도 글은 알아야 하지 않겠느냐고 물으니 눈도 안 맞추고 뾰루퉁합니다.

그래서 글자를 다 배우면 멋진 상을 주겠다고 하니까 솔깃하면서도 끝내 대답을 안 합니다.

제가 꼬시다 포기한 것을 함께 갔던 비나 교장선생님이 살살 달래 녀석의 대답을 받아냈는데, 그것이 또 아주 걸작입니다.

글을 다 배우면 상 주겠다는 약속도 지키고,
그보다 먼저 커다란 물총을 사주면 학교에 다니겠다는 겁니다.


하하, 이렇게 고집이 센 녀석이니 아마 멋진 격투기 선수가 될 것 같습니다.

덜레가 글을 다 익혔는지는 알아보고 다음에 소식 전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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