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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에서 인권과 다양성을 실천합니다

쭈니일기 (2)

by 아연대 2017. 9. 20.

쭈니일기 2 




우리 엄마는 진짜 못 말리는 엄마야.

매일 아침 일찍부터 밤늦게 까지 고생고생 일하면서도 노래를 입에 달고 산다니까.

뭣? 항상 기분 좋은 일을 하느냐고?

에이... 그건 아니고...

그냥 노래를 엄청 좋아하시거든.

엄마는 우리 동네 가수야.

어릴 때 베트남에서도 그랬대.

한국에 오면 가수로 성공하고 싶었다나~


하지만...

너도 더 살아보면 알겠지만

인생이란게 뭐 그렇게 맘대로 되는 게 아니거든.

울 엄마는 무대에서 노래하는 꿈을 꾸며 하루하루를 산다고 할까.

동네에서 노래자랑을 열면 울 엄마가 항상 1등이야.

결혼 축하 노래를 부를 때도 많아.

항상 엄마를 따라다니는 나는 매니저라고 할까?

엄마가 노래부를 때 제일 많이 응원하는 것도 나야. ㅎ~



동네 어른들이 그러는데

내가 끼가 많은 건 엄마를 쏙 빼닮아서 그렇대.

내가 연습 도와달라고 뮤지컬 대본을 불쑥 들이밀면

엄마는 “아이구야~ 쭈니 엄마 노릇하기 참 힘드네~”

하면서도 눈은 상글 웃고 있어.

엄마도 좋은가봐.

내가 엄마를 쏙 빼닮아서!






오늘은 뮤지컬캠프가 있는 날이야.

뮤지컬 단원들이 모두 1박2일 같이 지내며 여러 활동을 한대.

배역 발표도 했어.

에에~에~~ 나는 말이지이~!

강아지똥 역을 받았어.


울 엄마가 꾸벅 졸면서도 열심히 도와준 덕분이야

강아지똥은 동네 놀이터에 시장 강아지 흰둥이가 눈 똥이야.

똥이 신기하게 말도 잘하고 애들 맘도 척척 알아주거든.


그런데... 엄청 슬퍼

자기가 아무 쓸모도 없다고 생각하거든...



<< 일러스트_나현정>>




뮤지컬캠프 1박2일 동안 우리는 무척 많은 경험을 했어.

북 치며 리듬 놀이도 하고

헌옷을 잘라 붙이고 색칠해서 무대의상도 만들어 봤어

역시 우리 누나들은 짱이야.


“야 똥아,

넌 똥이니까 진짜 똥같이 한번 만들어 볼까?” 하더니

동글동글 김나는 똥을 잔뜩 그려 붙여 내 의상을 만들었어.


똥옷을 입으니 아주 딱 똥이야! 음하하~


나는 아주 잠깐 진짜 똥덩이를 붙이면 어떻게 될까 상상 했는데

깔끔쟁이 누나들이 싫어할까봐 그냥 상상으로 끝냈어.



캠프 중에 내가 제일 재미있었던 건

랩을 배운거 였어.


우리가 맘대로 지어서 해본건데 한번 들어볼래?

.

.

누구나 할수있어

괜찮아 랩을 해봐

계란 맛있어

나는 계란 후라이보다

물에 빠진 계란이 더 좋아

오늘 샌드위치에 든 계란도 좋았어

이렇게 네가 말하고 싶은대로 말해

그게 바로 랩이야

공부해 공부해

지겨워 그런 말 싫어

난 노래할거야

난 노래할거야

우우우우우~

.

.

어때?

엥? 엉터리같다구?

헤헤


우습게 보이지만 리듬을 넣으면 꽤나 멋진 랩으로 들린다구

너도 한번 리듬을 넣어 소리 내서 해봐~

우리 뮤지컬 중에 내가 가장 좋아하는 대사가 뭔지 알려줄까?

.

.

그래 나연아, 용기를 내봐

친구들이랑 같이 가면 안 무서울거야

엄마도 걱정되잖아

.

.

강아지똥이 친구 나연이를 위로하고 도와주는 말인데...

풉!

헤~


이렇게 누군가를 돕는다는 건

정말 멋지지 않니?


난 멋진 강아지똥이 정말 조아~



아참참참, 우리 공연은 10월 28일이야

기억해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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